북한은 세계 각국의 외교력을 평가하는 ‘글로벌 외교 지수’에서 조사 대상 61개 나라 중 49위에 머물렀습니다. 3년째 해외 공관 수에 변화가 없고,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호주의 민간단체인 ‘로위연구소’가 27일 세계 각국의 해외 공관 수를 바탕으로 외교력을 측정한 ‘글로벌 외교 지수 2019’를 발표했습니다.
주요 20개국 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 등 총 61개국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 조사에서 북한은 해외에 운영 중인 공관의 수가 총 52개로 전체 49위,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14위를 차지했습니다.
북한은 총 52개 해외 공관 중 47개 나라에 직접 대사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대사관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중국, 러시아, 쿠바, 베네수엘라, 이란 등 전통적인 우방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또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최근 미-북 실무 협상 장소를 제공했던 스웨덴,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 대륙에는 11개, 아프리카에는 가장 많은 총 13개 대사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아프리카 지역의 자국 대사관을 거점으로 무기 거래와 해외 노동자 파견 등 불법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지난해 1월, 북한이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외교, 무역 관계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렉스 틸러슨 당시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3월, 아프리카연합 의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압박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틸러슨 국무장관] “"I'll reiterate our desire for more African nations to apply concrete diplomatic and economic pressure on North Korea. African Nations can contribute to this goal and we need country by country for nations to take action to support this international effort towards a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북한은 이번 조사에서 중국 선양과 홍콩,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3곳에 영사관을, 미국 뉴욕과 스위스 베른에는 다자간 외교를 담당하는 유엔대표부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로위연구소의 ‘글로벌 외교 지수’ 평가가 처음 시작된 지난 2016년에는 대상국에서 제외됐으며, 2017년 평가에서는 52개 해외 공관을 보유해 전체 60개 나라 중 47위를 기록했습니다.
2017년 이후 북한의 해외 공관 수는 변동이 없었으며, 순위는 47위에서 49위로 하락했습니다.
실제로 2017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이후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상당수 나라가 자국 내 북한 외교관 수를 줄이거나 추방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말레이시아의 북한대사관에는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15명의 외교관이 근무했지만, 올해 8월 현재 8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대사도 추방돼 공석인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또 페루와 쿠웨이트, 스페인, 멕시코, 이집트 등은 북한 대사를 추방했고, 남아공과 우간다 등은 일반 외교관 숫자를 줄이면서 북한의 외교 역량이 축소되고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고립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편 이번 평가에서 중국은 대사관과 고위 대표부, 영사관 등 총 276개의 해외 공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돼 총 273개의 해외 공관을 보유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로위연구소는 해외 공관 운영은 국가 간 경제적 협력과 연관이 있다며, 중국이 해외 공관을 확장하는 것은 `일대일로’ 사업 등 세계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의 경제적 움직임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교업무를 관장하는 국무부 예산을 삭감하고 안전과 보안을 이유로 해외 공관 직원을 철수시키는 등 외교관계가 축소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 외교의 핵심이 미국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로위연구소는 밝혔습니다.
이번 평가에서는 프랑스가 총 267개의 해외 공관을 운영하며 61개국 가운데 3위, 일본은 247개로 4위, 한국은 183개로 13위에 올랐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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