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조사국 “미국 핵실험 재개하면 러·중·북한 등도 재개 가능성”

미국 의회조사국이 지난 28년 동안 중단됐던 미국의 핵실험에 관한 첫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면 북한 등 다른 나라들도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발표한 ‘미국의 핵무기 실험’에 관한 첫 보고서에서, 1992년 이래 중단됐던 미국의 핵실험을 재개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부상한 데 주목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핵실험 재개가 논의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지난 5월 보도를 계기로 미 의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의 핵실험 재개는 현재 상원과 하원이 진행 중인 국방수권법안 조정 협상의 핵심 쟁점 중 하나입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은 다음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핵실험 준비 시간 단축을 위한 프로젝트에 1천만 달러의 예산을 승인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은 핵실험 재개를 위한 예산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법안에 포함시켰습니다.

의회조사국은 보고서에서 특히 미국 내에서 핵실험 재개의 국제적 시사점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러시아, 중국과 핵무기를 제한하는 3자 합의를 맺으려는 상황에서 미국의 핵실험 재개는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의 핵실험 재개가 미국의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겁니다.

특히 미 의회에서는 미국의 핵실험 재개가 핵무기 감축과 비확산이라는 미국의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일부 의원들의 우려가 있다고, 의회조사국은 밝혔습니다.

미국의 핵실험 재개가 다른 나라들의 핵실험 재개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핵과 미사일 군비 경쟁, 그리고 추가 핵 보유국 가능성 등의 부정적 안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최근 물리학자들이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대표에게 보낸 공동 서한을 인용하며,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하면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과 인도, 파키스탄도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은 1945년~1992년 사이 총 1천54차례의 핵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미국은 이후 자발적으로 핵실험을 중단해 왔고, 1963년에는 부분적 핵실험 금지 조약, 1974년에는 지하 핵실험 제한 조약에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핵실험 중단을 선언한 1992년부터 모든 종류의 핵 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협상을 주도했지만 1999년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반대로 상원 비준에 실패했습니다.

현재 CTBT는 168개국이 비준했지만 조약 발효를 위해 반드시 비준이 필요한 44개국 중 북한과 인도, 파키스탄 등 3개국이 서명을 하지 않았고, 미국과 중국, 이란, 이스라엘, 이집트 등 5개국은 비준을 하지 않아 아직 발효되지 않았습니다.

CTBT 서명이 개시된 이후 핵 실험을 한 나라는 북한과 인도, 파키스탄입니다.

특히 북한은 2006년부터 6차례의 핵 실험을 감행한 21세기 유일한 핵실험 국가입니다.

의회조사국은 CTBT가 발효되지는 않았지만 가입 이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들은 핵실험 중단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도 2018년 핵태세 검토 보고서를 통해 “미국 핵 무기고의 안전과 실효성 보장을 위해 필요하지 않는 한 미국은 핵 실험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의회조사국은 핵실험을 재개를 제한하는 미국 법에도 불구하고 미 대통령은 “핵실험이 요구되는 긴박한 무기 문제가 발생할 경우” 특정 조건 아래 의회 동의 없이 핵실험 재개를 승인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은 1992년 이래 핵 실험 중단을 유지해 왔지만 재개 결정 24~36개월 이내 실험을 재개할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하고 있고, 정치적 목적의 간단한 실험의 경우 6~10개월 이내로 더 단축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