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리에 착수하면서 북한을 비롯한 주요 외교안보 현안들이 상원의 우선 순위에서 완전히 뒤로 밀린 모양새입니다. 새해 회기가 시작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주요 외교 현안 점검을 위한 청문회가 전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리가 21일 본격 시작됐습니다.
하원이 가결한 탄핵소추안을 지난주 넘겨 받은 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탄핵 심판의 진행 절차와 규정을 담은 결의안 논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탄핵 심리에 돌입했습니다.
이르면 22일부터 탄핵을 주장하는 하원 민주당 소추위원들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의 공개 구두변론이 시작되고, 양쪽에 3일 간의 변론 시간이 부여될 예정입니다.
탄핵 심판이 본격 개시되면서 북한 등 주요 외교안보 현안들이 상원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린 모양새입니다.
새해 회기가 시작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상원 외교위원회와 군사위원회의 현황 점검 공개 청문회가 북한은 물론 다른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도 전혀 열리지 않았습니다.
당초 상원 외교위는 지난 15일 최근 고조된 이란 사태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상원 군사위도 올해 첫 일정으로 지난 주 인준 청문회를 개최한 이후 다음 일정 공개를 이례적으로 늦추고 있습니다.
매년 1월~2월 사이 열리는 상하원 군사위의 ‘전 세계 위협 평가’ 청문회도 올해는 정보 당국이 비공개 청문회 혹은 서면답변으로 대체할 것을 요청해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로선 상원의 탄핵 심판 종료 시기가 불투명합니다.
추가 증인 소환 여부에 따라 미 대선 민주당 후보 첫 경선인 2월 3일 아이오와 코커스와 2월 4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때까지 탄핵 심리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상원의 추가 증인 소환장 발부 여부는 하원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의 변론이 끝난 후 민주,공화 양당의 치열한 공방을 거쳐 다음주 말 쯤 결정될 전망입니다.
추가 증인과 증거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하기로 결정할 경우, 소환까지 행정적 절차가 복잡한 데다가 대통령은 행정명령 혹은 법적 소송을 통해 증인 출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 탄핵 심리가 수 주 이상 무한정 연장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추가 증인 혹은 증거 소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상원은 하원이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혐의에 관한 최종 논의에 착수하고 유죄 평결 여부를 결정합니다.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 심리 때는 상원이 하원의 탄핵소추안을 넘겨 받고 증인 소환 표결을 하기까지 총 22일이 걸렸습니다.
또 상원이 탄핵소추안을 받고 유죄 평결에 관한 표결을 하기까지는 총 37일이 소요됐습니다.
추가 증인 소환 여부는 올해 재선에 취약한 것으로 꼽히는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입장이 관건이 될 전망인데,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는 의원 중 한 명인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미 정치권의 관심은 새해 들어서도 그다지 크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새해 북한은 당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미국에 셈법 변화를 촉구했지만, 이와 관련한 미 의원들의 공식 성명은 전무했습니다.
그 동안 트위터 등을 통해 한반도 외교안보 현안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냈던 주요 의원들의 반응도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유죄 선고가 내려지려면 100명의 상원의원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원 민주당이 유죄 선고에 필요한 충분한 의석 수를 확보하지 못해 유죄 평결이 날 가능성은 상당히 낮습니다.
앞서 하원은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군사원조를 지렛대로 대선 유력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비리 혐의를 조사하도록 압박했다는 혐의와 의회 방해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