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동향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3일 열리는 미-한-일 세 나라 북 핵 수석대표 회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북한 편들기를 노골화하고 있는 중국을 향해서도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건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등 세 나라 북 핵 수석대표들이 3일 서울에서 회동을 갖습니다.
김건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자료사진)
한국 외교부는 “세 나라 북 핵 수석대표들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 등 엄중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회동에선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인 만큼 관련 평가와 정보 공유, 앞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공동 대응이 불발된 데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자료사진)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세 나라 북 핵 수석대표들이 이번 회동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한-일 차원의 대응 방안을 세부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핵실험에 맞선 무력 시위나 향후 전략자산 전개 또는 확장억제력 강화 방안 또는 유엔 차원의 제재나 세 나라 각각의 독자 제재 방안 등이 주로 다뤄질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홍 실장은 이와 함께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에 대한 사전 경고와 외교적 해법 추구라는 원칙적인 내용의 대북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미-한-일이 이번 회동을 통해 북 핵 정책 공조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효과적인 독자 제재안에 대한 논의를 벌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서 비토를 놓는 국가, 예를 들어서 중국과 같은 국가가 계속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를 효과적으로 추가를 하고 또 중국과 같은 국가에 대한 세컨더리 제재 조치도 아마 충분히 논의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앞서 지난달 26일 북한의 ICBM 발사 등 연이은 무력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 주도로 신규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으나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불발됐습니다.
미국과 전략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최근 들어 북한 편들기를 한층 강화하는 양상입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대북 제재 강화를 지지할지 여부에 대해 “현 정세 하에서 제재 일변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사실상 용인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미-한-일 북 핵 수석대표 회동에서 북한의 핵실험 감행 후 유엔 차원의 대응이 또 다시 불발될 경우를 대비한 대안도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회동에서 이례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비판적인 메시지가 나올지 여부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에 대해선 당연히 경고의 목소리, 도발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이전 도발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한-미-일에서 나올 수 있는데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최근 제재 결의안에 비토권을 행사한 중국과 러시아 책임론, 그러니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어가야 되는데 한-미-일 북 핵 대표간 만남을 통해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지난달 26일 유엔 안보리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관건은 “누군가 한반도 문제 대응을 이른바 ‘인도태평양 전략’의 장기짝으로 쓰려고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해 미국이 대중국 압박전략 차원에서 북 핵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대결구도에 한반도 문제가 구조적으로 결부되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중국은 윤석열 정부 들어 미-한 공조가 강화되는 흐름에 맞서 북 핵 문제를 외교전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중국이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북한 핵실험을 제어한다거나 아니면 북한을 징벌하기 보다는 방관하고 그 다음에 중국의 대미관계 또는 중국의 대한관계에 북한 핵 문제를 외교적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 반대 입장에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서 신규 제재안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홍민 실장은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국제사회에 환기시킴으로써 이들 국가를 압박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핵을 실험하는 무법국가라는 오명을 계속 국제사회에 환기시키는 부분에선 안 할 순 없거든요. 오명과 함께 그런 무법적인 국가를 두둔하는 중국, 러시아를 같은 한 묶음 패키지로 오명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죠.”
이런 가운데 조현동 한국 외교부 1차관은 2일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 축하 인사차 방문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자제와 대화 복귀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당부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